구약과 신약 전반에 걸쳐 죄와 관련되어 사용되어진 히브리어와 헬라어 용어들의 뜻을 살펴보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선지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한 죄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사도 요한이 적그리스도로 지탄한 영지주의와 이교의 사상에 물든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은 교부들이 도입한 “원죄설”이 아닌 확고한 성서적 기반위에 정립된 죄의 개념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바이다. 그러면, 죄를 개인의 의지적 선택과 상관없이 “타고나는 본성적인 죄”라는 원죄설의 개념으로 부지런히 썰을 푸는 일부 목회자들의 주장이 성경적인 죄의 개념이 아님을 재림성도들이 분명히 파악하게 될 것이다.
구약에서 사용된 죄의 용어들
다음은 구약에 나와있는 죄를 묘사하는 용어들에 대한 개관(槪觀)인데, 이 모든 용어들의 의미를 전반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성서적인 죄의 정의를 정립할 수 있다.
하타트 (Hatta’t)
“하타트”라는 명사는 구약전반을 통해 약 293번 출현한다. 이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는 “과녁을 빗나감” (‘missing the mark’ 혹은 ‘missing a target’) 이라는 뜻이다. 마치 화살을 쏘았는데 그 화살이 과녁을 못바추고 빗나갔다는 뜻으로, 사사기 20:16과 욥기 5:24등에서 사용되었다. 이 단어가 내포하는 신학적 용도를 보면, 하나님께서 표로 세우신 것으로 부터 이탈하는 행위, 진로 및 생활 양식임을 강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죄는 하나님의 표준을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레위기 5:5,16; 시편 51:4).
그러므로 “하타트”라는 단어는 죄를 하나님과 인간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표준을 벗어나도록 하는 행위와 태도로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죄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기하는 것이란 말이다.
아우온 (Awon)
“아우온”은 아주 깊은 종교적인 용어로서, 구약에서 약 229번 출현한다. 이 단어는 하나님 앞에서 악(“iniquity”)을 행하는 것을 뜻하며, 그 악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 따름을 내포하고 있다 (창세기 4:13; 15:16). 이 단어는 구약에서 비뚤어짐 (예레미야애가 3:9)으로, 혹은 거짓됨/속임수 (시편 36:3), 그리고 덧없음/허무함 (잠언 22:8, KJV; 이사야 41:29, KJV)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말이 제시하는 죄의 의미는 하나님의 곧바른 길로부터 벗어나가 비뚤어진 행위를 함을 말한다 (창세기 15:16; 이사야 43:24). 따라서 “아우온”의 신학적 의미는 “하타트”보다 더 나아가 부정한/사악한 의도 (wrongful intention)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페사 (Pesa)
“페사”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약 135번에 걸쳐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표준기준을 고의적(deliberate)으로 미리 계획(premeditated)하여 의지적 선택으로 위반함(willful violation)을 뜻한다. 이 단어의 의미는 “하타트”와는 조금 다른데, 부주의나 경솔함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고의적인 반역함과 범죄함의 측면을 강조하는 편으로, 이 단어는 계약이나 협정을 의도적으로 파기하고 배반하는 행위를 지칭하는데 쓰여진다 (왕상 12:19; 왕하 1:1; 8:20,22). 따라서 이 고의성과 배역성의 요소로 인해 “페사”는 다른 죄의 용어보다도 더 심각한 정도의 죄를 묘사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사야 1:2; 예레미야 3:13; 호세아 7:13, 8:1). 예를 든다면, 욥기 34:37은 “하타트”와 “페사”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이는 그가 그의 죄(하타트)에 반역(페사)을 더하며” (욥기 34:37).
레사 (Resa)
“레사”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약 30번 정도 출현하는 단어로서, 동요함과 불안함을 뜻하는데 “악인은 요동하는 바다와 같으니 안정하지 못하고” (이사야 57:20)에서 처럼 주로 죄를 범한 악인들의 상태를 묘사하는데 쓰인다. 이 말은 문자적으로 “흐트러진” 혹은 “무절제한”이라는 의미인데, 삶중에서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며 혼미함속에 있는 악인들의 불안한 상태를 설명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 단어는 또한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을 향해 적대감을 가지는 죄를 뜻하기도 한다 (출에굽기 9:27).
구약에서 쓰여진 이러한 죄의 단어들을 살펴볼 때, 그것들이 나름대로 의미적으로 조금씩 색깔이 다르기는 하지만 죄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일치성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가 알수 있다. 즉, 죄는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표준과 기대에 대해 반역함이요, 그 기대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는 비뚤어짐이요 실패함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뜻을 범하는 행위요 악함인 동시에, 하나님의 뜻과 길에 대항하여 공개적이고 의도적으로 배역하는 삶을 뜻하기도 한다. 더불어 하나님에게 닻을 내리지 않고 떠나가 사악함의 풍랑속에서 이리저리 동요하는 삶을 사는 악인들의 상태를 묘사한다.
이렇게 보면, 구약에서 조명하는 죄는 한마디로 하나님에게 반역하는 심적 욕구요 행위이며 또한 그에 따라 형성된 반역의 상태를 말하고 있다. 다윗이 시편 51:4에서 한 다음의 고백은 죄가 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행위임을 알려주는 전형적인 정의라고 볼수 있다:
“주, 주만을 거역하여 내가 죄를 지었으며 주의 목전에서 이 악한 행실을 하였으니” (시편 51:4)
다윗의 범죄함은 우선 바세바와 그녀의 남편을 향한 것이었지만, 성령께서 준 양심의 가책아래 그는 자신의 죄가 행실적인 결점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법에대한 범죄함이었음을 고백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죄는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파상된 같은 동료인간들과의 부적절한 관계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자유 의지적 선택과 직결된 방향으로 죄를 정의하고 있는 바이다.
신약에서 사용된 죄의 용어들
신약의 지배적인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 – 즉 그분의 삶과 죄로부터 구속하신 그의 공로 – 이다. 따라서 신약은 인류를 위한 은혜와 용서의 매개체로서 주어진 하나님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막심한 대가라는 측면에서 죄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죄의 치명성과 그것이 하나님에게 끼친 막심한 대가에 대해 신약이 역설하고 있지만, 그러한 언급은 또한 죄의 권능에 치명타를 입힌 십자가의 영광과 위대함의 비추어 조명되고 있는 바이다.
신약에서 쓰여진 죄를 뜻하는 여러 헬라어 단어들이 있지만, 그 중 여섯 가지가 주목할만하다.
하마르티아 (Hamartia)
“하마르티아”는 신약에서 죄를 뜻하며 쓰여진 단어 중 가장 많이 사용되었는데, 약 175번에 걸쳐 출현한다. 문자적으로 사격연습에서 “과녁을 벗어나감” (missing a mark)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고전 헬라언어에서는 이 단어가 양성적인 범법이라기 보다는 음성적인 실패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신약에서는 이 단어가 하나님에 대적하여 그분으로 부터 떨어진 곳에 죄인을 놓아두는 아주 심각한 규모의 그 무엇을 묘사하고 있다. “하마르티아”라는 단어는 하나님의 표준에 이르지 못하는 한 개인의 고의적인 실패를 함축하는 말이다 (마태 1:21; 롬5:12, 13; 요일 1:9). 더 나아가 “하마르티아”는 또한 하나님께 적개심을 나타내는 인간의 결정을 뜻하기도 한다 (요한 9:41, 19:11, 요일 1:8). 이 “하마르티아”라는 죄는 보편적이며 (롬3:23), 그 권능이 인류를 그 속박아래 묶어 두었음을 의미한다 (롬3:9). 이 “하마르티아”라는 죄의 권능이 너무 흉악하고 그것의 지배가 너무 광포하였기에, 사도 바울은 이 “하마르티아”를 마치 인격화하여 우리 인간을 다스리고 (롬 5:21) 군림하여서 (롬 6:14) 우리를 그것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롬 6:6,17,20) 존재로 묘사하였다.
파라코에 (Parakoe)
“파라코에”는 문자적으로 “듣기를 실패하는 것” 혹은 “듣기를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자주 우리 인간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듣는다. 그와 같이 궁국적인 의미에서 죄는 자기 자신에게 치중하여 하나님을 경청하지 않으려고 하나님으로 부터 자신의 귀를 막는 것을 뜻한다. 이 단어는 신약에서 3번 나오며 일반적으로 “불순종”으로 번역되어 지고 있다 (롬 5:19; 고후 10:6; 히브리서 2:2).
파라바시스 (Parabasis)
신약은 “파라바시스”라는 단어를 7번 사용하고 있는데, 동사형으로서의 이 단어는 “건너간다” 혹은 “넘어간다”는 뜻으로, 금지된 구역으로 들어감을 말한다. 명사형은 법을 고의적으로 위반함 혹은 계명을 위반함을 의미하며, 따라서 신약에서는 이 단어가 “범법” (롬 4:15; 갈 3:19) 또는 “범죄함/위반” (히 2:2, NIV) 으로 번역되고 있다.
파라프토마 (Paraptoma)
“파라프토마”는 신약에서 23번 출현하는데, 이 단어는 “서있어야 하는데 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끄러 넘어짐 혹은 결함이라는 뜻으로, 영어의 “trespass (부정 혹은 과실)”이라는 죄로 번역되기도 하고 “transgression”이라는 범법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마태 6:14,15; 롬 4:25, 5:15; 롬 11:11, 12). 죄를 뜻하는 모든 헬라 단어들 중 이 “파라프토마” 라는 단어는 고의성이 가장 미소하게 내포된 행위를 가리키고 있다.
아노미아 (Anomia)
“아노미아”라는 단어는 신약에서 14번에 걸쳐 출현하는데, 그 뜻은 법(nomos)을 위반하거나 멸시함을 암시하는 말이다. 흠정역(KJV) 성경은 대분분의 경우 이 단어를 불법(iniquity)으로 번역하고 있다 (마태 7:23, 13:41, 23:28, 24:12; 롬 4:7; 히브리서 1:9). 이 단어는 계명에 거슬리는 행위와 삶을 사는 사람의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다. 잘 알려진 요한일서 3:4의 성경절은 이 단어를 사용하여 죄를 “율법을 범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KJV 참조), 혹은 죄를 범한 사람의 무법적인 상태를 묘사하는 “무법 (lawlessness)”으로도 번역하고 있다 (RSV 참조).
아디키아 (Adikia)
“아디키아”라는 단어는 윤리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불의함” 혹은 “의의 부재함”을 의미하고 있으며 그러한 뜻으로 번역된다 (롬 1:18,19; 벧후 2:15; 요일 5:17). 신약은 또한 이 단어를 동료 인간들에게 범한 죄와 부당한 행위를 뜻하는 편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요한일서 3:4 과 5:17 등에서는 이 “아디키아”를 “하마르티아”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결 론
구약과 신약 성경 전반에 나타난 죄의 용어들을 이렇게 다 살펴 보았을 때, 이 모든 용어들이 제시하는 근본적인 죄의 특징 혹은 본질은 하나님의 주권과 지배권을 향한 배역(rebellion)이요 개인의 삶과 행위 및 운명에 있어서 그 분의 권위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님을 거부하는 것이 죄의 뿌리요, 그러한 것이 (도덕, 윤리, 영적인 관계 등등) 인간의 모든 면목을 통해 다른 형태와 행동으로 표출되는 바이다.
따라서 이러한 성경의 용어들은 죄를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에게 닥쳐온 일종의 재난으로 보지않고, 그와 반대로 인간의 자발적인 태도와 선택으로 인한 결과임을 알려주고 있다. 더 나아가서 죄는 그저 “선의 부재”가 아닌, 하나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려고 인간이 고의적으로 택한 악의 진로를 의미한다. 그렇게 태도와 행위를 통해 고의적으로 하나님께 반역하는 길을 택하여 그의 계명을 범하였고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지 않았기에, 죄는 인간이 책임질수 없는 “연약함” 수준의 것으로 볼수 없다. 한마디로 죄는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기 때문이다.
[ 영문 재림교회 성경주석 12권에서 발췌 ]
김정대(JUSTIN KIM) 교우는 뉴저지 포트리 교회에 출석하는 평신도로 현재 재림 신앙과 신학 사이트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