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학기 위해 경쟁하는 두가지 사조가 있다면 창조론과 진화론이라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서로 대치되는 이론이라고 할 것이다.

창조론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6000-10,000년전)에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고 인간을 그의 형상대로 창조했다는 믿음으로 거의 모든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창세기에 기반을 두고 견지한 견해이다. 그리고 진화론은 찰스 다아윈(Charles Darwin)이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주장하였는데, 생물이 우연히 자연적으로 생기게 되었다고 보는 이론으로 원자들의 무작위적인 반응(Random Reaction)에 따라 무기물에서 간단한 생물로 되었으며,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형태와 기능이 변하여 처음에는 간단하고 하등한 생물이던 것이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고등생물로 되는 과정에서 자연도태(Natural Selection)의 법칙을 통해 오늘날 처럼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이 있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 두가지 사조는 과학적인 관찰이나 실험실에서의 재현을 통해 증명된 것이 아니기에 모두 일종의 믿음이나 이론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물론 진화론자들은 돌연변이를 예로 들며 진화론을 증명된 과학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모든 돌연변이는 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종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진화를 증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진화론은 다아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30여년 후에 사회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에 의해 사회, 경제, 정치, 문화등에 적용되는 사회 진화론(Social Darwinism)으로 “진화”되었다. 스펜서는 다아윈의 “자연도태설”로 부터 “적자생존”이라는 문구를 유추하였고, 결국 이 사회 진화론은 그 후 아리안 인종의 우수성을 내세워 유태인 학살과 우수한 인종을 만들기 위해 불구자 및 정신 미약자를 살상하였던 나치 독일 정책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또한 수많은 인간 학살을 자행하였던 공산주의 사회 정책의 뒷바침이 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후 지속된 도금 시대(鍍金 時代, Gilded Age)동안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와 같은 악덕 자본가들이 미국의 산업을 장악하며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빈부의 격차를 벌리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가들을 매수하는 부당한 행위들을 정당화하는 사상적 기반으로 사회 진화론이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 사실은 그 당시 존 록펠러가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라는 카르텔적인 회사를 통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게 된 것을 정당화하며 “단지 적자 생존에 따른 것이고. . .하나님의 법과 자연법의 작동에 따른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사회 진화론은 현 시대에서도 극단적인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외치는 극보수 정치인들과 자본가 및 사업가들에 의해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에 바탕을 둔 그들 이념의 사상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 진화론적인 이념으로 사회의 약자와 가난한 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회 보장정책을 반대하고 부자들을 위한 감세혜택등을 선호하는 사회 정책을 장려하며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창조론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그분의 존엄성을 부여하여 창조했음을 믿는 기독교 신앙에 기반을 둔 믿음이다. 엘렌 화잇은 인간의 창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섬세하게 기술하였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온 땅을…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창 1:26),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창 1:27)셨다. 여기에 인류의 기원이 밝히 제시되었다.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의 기록은 너무도 명확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릴 여지가 조금도 없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여기에 아무런 모호함도 없다. 사람이 하등 동물이나 식물에서 서서히 발전하여 진화되었다고 상상할 여지가 조금도 없다. 이러한 학설은 창조주의 위대한 사업을 사람의 좁고 세속적인 개념의 수준으로 저하시킨다. 사람들은 우주의 주권자의 위치에서 하나님을 축출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사람을 평가 절하하고 인간의 기원의 존엄성을 그에게서 속여 빼앗는다. 성군(星群)의 세계들을 하늘 높이 두시고, 들의 꽃들을 정교한 솜씨로 물들이시고, 땅과 하늘을 당신의 능력의 경이들로 채우신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스러운 사업의 마지막을 장식하시려고 하실 때 즉 아름다운 지구의 통치자로 한 존재를 그 가운데 두시려고 하실 때, 사람에게 생명을 주신 당신의 솜씨에 걸맞게 창조하시는 데 실패하지 않으셨다. 영감의 말씀이 밝혀 주는 바 우리 인류의 혈통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진화하는 세균이나 연체동물(軟體動物)이나 사족수(四足獸)의 계열이 아닌, 위대하신 창조주께 이른다. 아담은 흙으로 창조함을 받았지만 하나님의 아들(눅 3:38, 영어 성경 참조)이었다.” (부조, 44-45)

따라서 성경은 반복하며 그리스도인들에게 외모나 부의 유무로 사람들을 차별치 말고 착취하지도 말고 서로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며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약 2:1-9; 5:1-6). 또한 사회의 약자와 가난한 자들을 돌보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이러한 기독교 신앙의 정수요 근본이다 (약 1:27). 더 나아가 그리스도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40)고 강조하셨다.

그런데 필자가 적지않은 혼란스러움과 자괴감을 느끼게 됨은 이렇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음을 믿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동시에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사회 진화론에 기반을 둔 극보수 정치이념과 경제 및 사회 정책들을 옹호하며 그러한 이념을 표명하는 정치세력의 극열한 옹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 똑 같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필자는 스스로를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을 견지하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보수적 기독교인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어울리기엔 너무 신앙적으로 이질감을 느끼게 됨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적자생존적인 사회 진화론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의 약자와 가난한 이들을 배려한다는 소위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나 비기독교인들과도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사회 진화론을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사상의 원천이 된 (인간 존엄성의 개입이 이론적으로 배제된) “진화론”을 전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물론 (인간 존엄성의 가르침이 내포된) 하나님의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회의 역사가 수많은 잔인한 탄압과 살상으로 점철된 기록이 이들로 하여금 기독교인들의 창조론 고백을 불신하게 만들고 있음이 사실이다. 더불어 창조론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사회적 불의와 불평등을 조장하는데 기여하는 사회 진화론적 사조와 정책을 옹호하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모순과 위선적인 행동도 이러한 불신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마디로 필자 같은 사람은 이러한 환경에서 신앙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함께 모자를 걸어두고 마음편하게 어울릴 동아리가 없다는 느낌이다. 신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느 쪽이나 모두 심히 불편한 모임들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십자가에서 피흘리신 예수님의 죽음으로 영생의 새로운 삶을 위해 칭의와 성화의 은혜를 입었으며 신앙생활에 일관성을 추구하는 재림성도들은 어떠한 자세로 이 혼란스럽고 모순과 자괴감이 만연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까?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성화된 우리의 신앙이 우리에게 있는 그 어떠한 인간적인 이념이나 성향들을 순화하고 지배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는가?

불가지론자인 미국인 친구가 언젠가 한 말이 기억난다: “종교란 그것으로 어떻게 하기 나름이고, 타인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라는 것이다 (Religion is what you do with it and do of others).”

아주 단순하지만 타당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이라.” (약 1:27)


김정대(JUSTIN KIM) 교우는 뉴저지 포트리 교회에 출석하는 평신도로 현재 재림 신앙과 신학 사이트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