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순 코비드 팬더믹으로 인해 교인들이 안식일에 교회에 함께 모이지도 못하고 위축되어 있던 그 때, 한국 재림 교회의 한 은퇴 목회자가 이끄는 선교단체가 특정한 은퇴 신학자와 손잡고 갑자기 종교 찌라시 형태의 카톡 문자를 “재림 교인들에게만 전달해”달라며 미국에 있는 한인 재림 교인들에게까지 뿌리는 일이 있었다. 성공적으로 선교 사역을 하는 어느 특정한 평신도 목회자를 근거도 없이 “이단”으로 정죄하며 마녀 사냥식으로 공격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 찌라시 문자를 읽고 또 그 문자에 담긴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몹시 불쾌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평신도들의 분별력과 공정감을 경시했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이 글은 2020년 7월 코비드의 풍년으로 우울하던 그 한 여름날 새벽에 필자가 미주 재림교회 카스다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다.


2007년 10월에 앤드류스 대학에서 1957년 월터 마틴과 도널드 반하우스를 비롯한 일련의 복음주의파 지도자들과 소명의 재림교회 지도자들 간에 있었던 대화의 결과로 출간되어 재림 교회내에서 신학적 논쟁의 씨앗이 된 「교리에 대한 질문 (Questions on Doctrine)」 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학술회에서 이 책으로 인해 초래된 몇 가지 신학적 이슈들 (그리스도의 인성, 죄의 성격과 구원론 그리고 성소론과 재림전 심판)을 둘러싼 논쟁가운데 서로 이견을 가진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참석하여 토론하며 여러 학술 논문들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학술회가 종결되는 시간에 그 당시 앤드류스 신학 대학원 교수였던 존 폴린 (Jon Paulin) 박사가 다음과 같이 그의 소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학술회는 앞으로 좀 더 긍정적인 인식체계의 전환점이 도래할 것을 보여주는 조짐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 학술회 기간동안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열린 마음과 존중의 배려는 신앙과 교회적인 측면에서 재림 교회가 눈에 띌 정도로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초적인 자기 방어 본능에 기반을 둔 이념적 공세 대신 겸허함과 배움의 정신이 우리의 신학적 연구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 지점에 우리가 도달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고린도 전서 13:9) 또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 (고린도 전서 13:12) 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가진 확신의 강도는 우리 최선의 노력 조차도 결함이 있으며 하나님은 우리와 의견이 다른 이들을 사용하여 우리 의견들에서 거친 모서리를 제거하고 계신다는 깊은 인식과 함께 균형이 잡힐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재림 신앙의 중추적 신념이 어떠한 대가를 감수하더라도 성경 말씀에 대한 충실함으로 표출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우리가 선구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함께 모여 성경 말씀을 탐구하고 성령님과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재림 신앙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번 주 그러한 재림 신앙의 일부분을 맛보았고 앞으로 더 많이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저는 이번 학술회가 앞으로 도래할 좋은 일들의 시작이 되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 학술회 장소를 떠날 겁니다.”

저도 그 당시 이 학술회 기간동안 발표되는 논문과 발표자들이 보여주는 그리스도인의 고결한 태도에 벅찬 마음을 다스리며 멀리서나마 청취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 인용된 존 폴린 박사의 말씀은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심정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동스럽게 지켜보았던 이 신학 학술회로부터 13년이나 지난 요즈음, “요즘 교회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의 죄성과 예수님의 인성에 대한 남대극 목사님의 이 설교는 재림교인들에게만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소개 글과 함께 그의 강론 동영상이 카톡방을 통해 뿌려지고 있는 모양인데 며칠 전 심지어 저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교우께서 이 메시지를 여러 번 전해 받고, “종교적 찌라시”로 융단 폭격 받는 기분이라며 한 지역 교회의 수석 장로인 저에게 확인 검증 목적으로 전달하고 제 의견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이 분에게 위에 소개된 존 폴린 박사의 「교리에 대한 질문 (Questions on Doctrine)」 50주년 기념 학술회 소감문을 전달하면서 제 의견을 대신하였고 대총회 성서 연구소에서 2003년에 이미 발표한 다음 글도 인용해 드렸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재림교회가 예수님의 인성에 대하여 토론을 많이 해 왔지만, 그 토론에서 드러난 여러가지 다양한 견해차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귀하가 이 주제에 대해 저 자신의 개인적 견해가 무엇인지 질문치 않고 교회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것은 아주 훌륭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는 귀하가 한 질문에 대해 완곡한 방법으로만 공식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교리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란 5년마다 열리는 대총회기에서 세계교회의 대표들에 의해 투표로 합의되고 승인된 입장이지요. . . .교회는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허용하며, 이 주제에 대한 깊은 연구를 권장합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개인의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지양합니다. 그리스도의 인성에 관한 어떤 특정한 이해를 다른 사람들이 가지도록 강요하는 시도는 교회안에 혼란과 분란 및 비그리스도적인 태도를 조장할 뿐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탐구는 그리스도인의 연합과 사랑과 믿음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 (출처: Christ’s Human Nature, Angel Manuel Rodriguez, Biblical Research Institute)

하여튼 이 동영상과 소개 글이 그 어떤 특정한 의도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사는 한인 재림교인들에게 까지 “진리횃불 선교회 300선교사”라는 선교단체의 이름으로 배포되고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선교단체는 교회밖에 있는 영혼들을 재림신앙으로 인도하는 선교 활동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이견이 허용되는 이슈로 이 분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어떤 재림교회 사역자의 입장을 이설로 치부하고 공격하는 강론을 담은 동영상을 “재림교인들에게만 전달해”달라며 교회 밖으로 시선과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선교 단체가 전도 책자처럼 뿌리고 있으니, 이걸 받아보는 일반 재림교인들의 불편한 마음을 이 선교단체를 운영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셨는지 의문이 듭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유투브 사이트에 이미 올려놓은 동영상을 “재림교인들에게만 전달해”달라는 요청에도 솔직히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아주 많이 듭니다.

특히나 요즈음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사태로 교회에서 함께 모이지도 못하고 많은 성도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교인들 간에 연합하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되도록이면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씀이 전해져도 부족한데, 이 강사가 논란의 주제로 삼는 이슈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허용하는 대총회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가 주장한다는 완전의 왜곡된 허상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면서 성도들 간에 혼란과 분란 및 반목을 조장하는 의도를 다분히 보여주는 동영상과 소개 글이, 작금의 어려운 세상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기도와 인내로 살아가는 우리 평신도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 “진리횃불 선교회” 단체의 운영자들이 한번 심각하게 재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독교 진리의 변증가로 유명한 C. S. Lewis는 기독교 진리를 옹호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You don’t have to defend a lion. You just have to let him out of his cage.” (당신이 사자를 보호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사자를 가둔 우리에서 풀어 주면 된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진리라고 믿는 입장을 옹호하는 방법은 사자를 보호하려고 할 때처럼 해야 된다는 C. S. Lewis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생각을 깊게 하며 고결함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우리의 문을 열어 놓고 사자로 하여금 자신을 방어하도록 하면 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성서적인 입장을 우리가 간결하고 확신 있게 밝힌 다음 그러한 견해가 스스로를 변론토록 하면 됩니다. 내 의견을 절도 있게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지고 고결한 마음으로 발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바로 그 자체를 성공으로 여겨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견해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강권하여 동참하게 만드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삼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성취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어떤 주제에 대해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는 없어도, 그 의견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양쪽의 의견들이 가진 합당성을 고려하여 그들 자신의 입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밝히는 견해로 하여금 그 자체가 청취자들에게 자신을 변론하고 옹호하도록 맡김이 순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시 역설하지만, 자신의 견해로 하여금 스스로 그 입장을 옹호 및 변론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표한 견해 그 자체 내에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함을 우리가 항상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안목은 (인신공격이나 허수아비 논법, 혹은 연좌제 수법 등의) 부자연스러운 감정이 내포된 방법을 동원하여 남들의 견해를 공격하려는 미숙한 충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것입니다. 정말 하나님의 고결한 품성을 닮아 가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상대방의 견해와 믿음을 정당한 근거 없이 함부로 기형적인 것으로 추측하며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어떤 주장이 윤리적, 도덕적 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상대방이 자신의 견해를 변론하여 제 삼자들의 검증과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정당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고결하고 교양 있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아마 사도행전 17:11에서 언급된 베뢰아 인들이 바로 이런 자세를 지닌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 평신도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를 통해 이 동일한 이슈로 한인 재림교회안에서 있었던, 교회내의 인적/영적 자원의 소모와 선교 동력의 억제를 초래했던 마녀 사냥식의 바람직하지 못한 교리 논쟁의 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코 흑백논리가 아니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여기는 열린 마음이 허용되어야 하는 이슈를 가지고 그 당시 한인 교회의 지도자들이 그렇게 주도했습니다. 1985년에 침례를 받고 장로교회에서 개종해 재림교인이 되었던 저는 이런 가운데 어떤 특정한 선택을 강요 받으면서 마음의 불편함과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우리가 사랑하는 재림교회안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토론도 원초적인 자기 방어 본능에 기반을 둔 진흙탕 싸움 같은 일방적인 이념 공세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공정하고 신사적인 토론의 포럼이 가능할 것입니다. 2007년에 앤드류스 대학에서 개최되었던 학술회처럼 말입니다. 이제 한인 재림교회도 그러한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갈 신앙의 성숙함과 고결함이 무르익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하나님의 충실한 마지막 백성인 재림성도님들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이 신학자이든 목회자이든 평신도이든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그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내가 하려는 일에 그리스도의 고결함이 존재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우리의 신앙과 삶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공동체를 함께 이루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렇게 될 때에만 세상은 우리의 귀중한 기별에 심각하게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엘렌 화잇도 “사람들은 목사가 설교하는 바를 믿지 않고 교회가 생활하는 바를 믿을 것이다. . . .그 분께서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그분을 나타내기를 바라신다. 그들의 생각은 순결하고 그들의 말은 고상하고 고결해서 주변에 있는 자들을 구주께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종교는 그들이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과 일치되어야 한다.” (교회증언 9권 21페이지) 라고 역설했습니다.


김정대(JUSTIN KIM) 교우는 뉴저지 포트리 교회에 출석하는 평신도로 현재 재림 신앙과 신학 사이트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